제목 : 아낌없이 주는 나무 1부 개인 창작 소설



 새롭게 태어나 타오르던 이 세계의 불덩이들은 억겁의 세월을 걸쳐 결국 모두 식어버렸다. 
그 뒤 하늘을 가득 메워 번쩍이던 구름이 온종일 비를 토해내어 끝을 알 수 없는 바다를 만들었고, 그 속에서 수많은 생명을 잉태하여 품게 되었다. 하지만 그런 바다 옆에 높다랗게 솟아있던 대지는 단지 황량하고 초라할 뿐이었다.

 그 아무것도 없던 대지에 높은 파도를 타고 도착하여 제일 먼저 개척을 시작한 것이 바로 우리들 '나무'다.
뜨거운 태양 아래 굳어버린 대지를 다지고, 간간히 내려오는 빗물에 의지하며, 우리들 나무는 수차례 변화를 거듭했다. 
마침내 땅속 깊숙이 박아둔 뿌리들의 틈 사이와 몸 아래 깔려진 거대한 그늘 속에 촉촉한 수분을 저장해 둘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 수분에 의지하여 황량했던 대지 위는 어느덧 초록의 작은 친구들로 뒤덮였다. 

"그래. 우리도 너희처럼 작게 시작했다. 
비록 우리가 열심히 다져놓은 땅이지만, 너희 작은 풀들도 같이 쓰자"

작은 풀들은 그 귀여운 뿌리를 우리들이 다져놓은 고운 흙 속에 집어넣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참으로 귀여워 나는 한참을 내려다 보았다.




 시간이 지난 어느 날.. 태풍과 폭우로 우리의 땅은 얕게 잠기게 되었다. 
시끄러운 태풍이 지나고 다시 맑아진 하늘 아래에서 눈을 떠보니 우리들 아래에는 작고 꿈틀거리는 미물들이 헤엄치고 있었다.
아주 오래전 바다에서 만난 적 있는 것들의 후손이었다.
태풍에 휩쓸려 이곳까지 온 모양이다. 얕아진 물에 당황한 녀석들은 살기 위해 열심히 뻐끔거렸다.
물은 점점 말라갔는데, 다행히 다 마르지는 않고 낮은 지점에서 고인 채 있게 되었다. 

 태풍은 매년 왔다. 홍수도 잊을만 하면 생겼다.
그때마다 미물들도 휩쓸려왔고, 작게 고여있던 웅덩이는 여러개가 생겼다. 심지어 어느 곳에는 많은 물이 고인채 마르지 않았다. 미물들은 점점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시작했는데, 그 속도는 우리가 대지 위에서 변화를 거듭하던 속도보다 훨씬 빨랐다.
무서운 속도로 변화를 거듭하던 녀석들은 아예 대지 위로 올라오기까지 했다.

 그리고 녀석들 중 일부는 우리를 먹기 시작했다.
마구마구 먹어치우며 우리를 죽였다. 우리는 움직이지 못하고 그들은 움직일 수 있으니, 우리는 가만 선 채로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귀여운 풀들도 그들에게는 먹이에 불과했다. 
 겨울이면 떨어질 잎. 까짓거 몇 잎은 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너무나도 먹어댔다. 
그 정도가 너무 지나쳐 우리의 생명을 위협할 정도가 되었고, 우리는 그들을 원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느 여름 날, 뜨거운 태양아래 모든 동물들이 힘들어하고 있을 때, 우리는 태양의 에너지를 만끽하며 행복해 하고 있었다.
움직이지 못하는 우리가 유일하게 저들보다 나은점을 발견한것 같았다.
더워 고통스러워 하는 그들을 보며 왠지모를 통쾌함도 느껴졌다.

그러나 곧 우리는 그들을 불쌍히 여겨 우리의 그늘 아래로 오라고 손짓했다.
동물들은 슬금슬금 우리들 아래 모여 태양의 열기를 피했다.
비록 우리를 뜯어먹는 미운놈들이지만 어린것들까지 더워서 힘들어 하는 것은 볼 수 없었던 것이다.
그들도 결국은 살기 위해 그러는 것이다.

이 황량했던 대지 위... 
비록 지금은 우리의 개척 활동으로 많이 달라졌지만, 아직도 이곳에는 황량하고 거칠던 대지의 본성이 남아있다.
동물들이 아무리 빠른 속도로 변화하여 육지 위로 올라왔다 하더라도 아직까지는 이 거친 땅 위에서 홀로 설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처럼 태양열 아래서 강하게 버티고 거친 땅을 개척해 곱고 기름지게 만드는 능력이 없는 저들은, 우리의 몸에서 나오는 부드럽고 촉촉한 잎과 그 그늘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는 오랜 회의끝에 저들에게 우리 몸의 일부를 내주며 함께 살아보기로 하고 방법을 강구했다.
우리는 일단 저들이 먹을 식량을 위해 달고 맛있는 열매를 만들어 줬다. 저들에게 열매를 먹여 배부르게 하면, 그만큼 우리의 잎을 뜯어먹는 일이 줄어들 것이다.
또한 그 열매 안에 우리의 씨앗을 숨겨두면, 훗날 저들의 영양 많은 똥과 함께 먼 거리의 땅 위에 심어질 것이고, 그렇게 우리는 우리에게는 없는 저들의 다리를 빌려 멀리까지 확장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생각해낸 공생 시스템이었다.

그 뒤 오랜 시간 동안 우리는 이 공생시스템 속에서 역사를 펼치게 되었다.
수많은 역경들로 때로는 메마르고 때로는 얼어붙었지만 우리는 함께 공생체제를 이루어 이 세계에서 생존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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