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아낌없이 주는 나무 2부 개인 창작 소설


 또다시 시작된 여름...
뜨거운 햇살 아래 여느 때와 다름없이 동물들이 쉬고 있었다.
길고 긴 세월 동안 함께 살면서 이곳에는 엄중하면서도 자비로운 이곳만의 질서가 생겼다.

'강한 놈이 약한 놈을 취하되, 절대 필요 이상으로 취하지 말며 그들의 삶 자체를 지배하려 하지 말라.'

이것이 바로 우리 공생체제가 수많은 세월을 걸쳐 결론 내린 절대적 진리였다.
물론 각각의 동물종족 내부에서는 또다시 그들만의 룰이 있었다.
그들은 동족끼리 지배하기도 했고, 필요가 없는데도 내부에서 약한 동족을 괴롭히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종족에게는 절대 그렇게 하지 못했다. 종족 대 종족에 있어서는 우리 공생체제가 정한 질서를 지켜야만 하는 것이었다.



 저 멀리 이글거리는 태양 빛 아래에서 덥수룩한 머리털을 가진 짐승들이 오고 있었다.
그늘아래 쉬던 초식동물들은 귀를 쫑긋 세우고 경계했다.

사자일까? ...  아니다. 육식동물이 가진 독성강한 체취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들은 살금살금 기어 와서는 이윽고 두발로 섰다.

'휙~!! 휘휙!!! 휙!!'

수많은 투창들이 그늘 아래 쉬고 있던 동물들에게로 쏟아져 내렸다.
재빠른 동물들은 몸을 일으켜 피했으나 운이 나쁜 동물들은 창살에 맞아 죽었다.
이상한 환호성과 함께 투창을 던진 짐승들이 뛰어왔다. 

'강한자가 약한놈을 취한다.'  이것이 자연의 법칙.
한가로웠던 오후의 그늘 아래에서 피의 축제가 벌어지는 건 이제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우리들 나무는 그들이 오래전 우리의 잎을 뜯어 먹기 시작할 때부터 완벽하게 아름다운 공생은 존재할 수 없음을 인지했다.
희생이 따르는 것이다. 때로는 그 희생이 추악하고 잔혹하겠지만 그 또한 우리들이 이 세계에서 생존하기 위한 방법중 하나인 것이다. 

그래도 우리는 우리가 개척하고 이룩한 이 공생체제 사회가 가장 최선의 사회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
같은 공간아래 서로 너무도 다른 수많은 생명들이 이 정도까지 어울려 살 수 있다는것은 기적적이지 않은가?
비록 동료가 강한 동물에게 뜯어 먹히면 슬프겠지만, 우리들 나무가 잎과 열매를 그들에게 내준것처럼 아프더라도 용서하고 같이 어울려 살아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저 투창을 사용하는 짐승들...  저들은 생각이 다른 것 같았다.
저들은 언제나 이 체제에 불만을 품고 있었다. 자신들보다 강한 동물이 자신들의 고기를 취하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고 항상 분노하고 증오심에 가득 차 있었다.
결국 그 때문에 지금 저들 손에 투창이 쥐어져 있는 것이다.

저들이 가지고 있는 이상한 모양의 둥지는 그 어떤 동물들 것보다 크다. 
그 둥지 안에는 뜯겨진 풀과 나무들이 즐비했고, 그들은 활활 타오르는 불 속에 뜯겨진 풀과 나무들을 집어넣었다.
불 아래 땅은 새카맣게 타고 말라버려 마치 우리가 개척하기 이전의 대지처럼 되어버리는 것이었다.
물론 그 불의 크기가 작아 그냥 넘길 수 있는 정도지만, 우리들 나무는 그들이 그 불길하고 재수 없는 힘을 사용하는 것이 못마땅했다.

그들이 우리의 공생체제를 바라보는 눈빛은 마치 우리가 처음 이 대지 위에 올라섰을 때 황량함을 바라보는 눈빛과 같았다.
우리가 열심히 개척한 이 땅이 그들에게는 다시 개척해야 할 대상으로 보였던 거 같다.

시간이 지나자 그 예감이 실제 곳곳에서 실현되어 버렸다.
그들은 우리가 개척한 곳을 다시 짓밟고 그들의 방식대로 새로 개척했다.
그들의 개척방식은 우리와 달랐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변화시키며 대지 또한 같이 변화시켰는데, 그들은 자신들은 1%도 변하지 않고 오직 눈에 보이는 대상만을 변화시켰다.

그들은 말했다. 
"우리는 인간이다. 동물과 다르다"

그 이상한 말의 진짜 의미를 파악하려 우리는 한참을 생각했다. 그리고 그들의 행동을 보고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그 말인즉, 자신들이 공생체제 안의 구성원인 식물과 동물이 아니라, 전혀 다른 새로운 존재이기 때문에 공생체제의 질서를 지킬 필요가 없다는 의미었다.

'필요 이상으로 취하지 말 것'
스스로를 인간으로 자칭하는 저 짐승들은 이미 수차례 필요 이상으로 취하는 짓을 저질러 왔었다.
그것을 막기 위해 우리는 온갖 재앙들로 그들을 혼내주며 다스렸었고, 그러한 징벌의 역사는 그들의 자손들에게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탐욕을 경계하도록 교육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일부는 탐욕을 이기지 못하고 언제나 공생체제의 질서를 어기곤 했었다.
이 종족의 고질적인 정신병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포기하지 않고 아버지의 마음으로 계속 이들을 훈육했다.

그러나 저들이 스스로를 인간으로 칭하며 건방진 선언을 한 순간 모든 것이 깨진 것이다.
우리의 답변은 필요 없었다. 저들은 단지 저들의 생각을 일방적으로 통보했을 뿐이다.

그 이후 그들은 마음껏 필요 이상으로 취하고 저장하기 시작했다. 
또한, 공생체제의 또 다른 룰인 '그들(다른 종족)의 삶 자체를 지배하려 하지 말라.' 를 어기고, 다른 동물들을 우리에 가둬 노동을 시키고, 잡아먹고, 털을 빼앗아가기 시작했다.
그들은 자신들 인간은 동물과 다른 존재이고 더 고결하다는 주장을 앞세워 지배와 착취행위를 합리화했다.

그들이 유일하게 지키는 우리의 룰은 '강한자가 약한놈을 취한다.' 뿐이었다.

인간들은 너무도 강해져서, 공생체제를 빠르게 무너뜨려 갔다.
그들은 그들이 마음먹은 만큼 우리의 영역을 파괴하고 점령할 수 있었다.
호랑이의 발톱도, 무소의 뿔도 그들의 침공을 막지 못하고 무력하게 후퇴했다.

우리 나무들 또한 그들에게는 지배의 대상이었다.
풀들도 다른 동물들처럼 그들에게 가둬져 사육당했다. 가둬진 생물들은 식물 동물을 가리지 않고 서서히 자립력을 잃어갔다.

체제의 몰락이었다.
우리가 이룩한 역사 깊은 체제가 저 야만인들의 지배욕에 무너져 가고 있었다.

다행인것은 그들이 우리를 전멸시키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그들은 우리를 전멸시키는 데에는 흥미가 없는 모양이었다. 단지 자신들의 탐욕을 위해 종종 우리를 절제없이 파괴할 뿐이었다.



제목 : 아낌없이 주는 나무 1부 개인 창작 소설



 새롭게 태어나 타오르던 이 세계의 불덩이들은 억겁의 세월을 걸쳐 결국 모두 식어버렸다. 
그 뒤 하늘을 가득 메워 번쩍이던 구름이 온종일 비를 토해내어 끝을 알 수 없는 바다를 만들었고, 그 속에서 수많은 생명을 잉태하여 품게 되었다. 하지만 그런 바다 옆에 높다랗게 솟아있던 대지는 단지 황량하고 초라할 뿐이었다.

 그 아무것도 없던 대지에 높은 파도를 타고 도착하여 제일 먼저 개척을 시작한 것이 바로 우리들 '나무'다.
뜨거운 태양 아래 굳어버린 대지를 다지고, 간간히 내려오는 빗물에 의지하며, 우리들 나무는 수차례 변화를 거듭했다. 
마침내 땅속 깊숙이 박아둔 뿌리들의 틈 사이와 몸 아래 깔려진 거대한 그늘 속에 촉촉한 수분을 저장해 둘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 수분에 의지하여 황량했던 대지 위는 어느덧 초록의 작은 친구들로 뒤덮였다. 

"그래. 우리도 너희처럼 작게 시작했다. 
비록 우리가 열심히 다져놓은 땅이지만, 너희 작은 풀들도 같이 쓰자"

작은 풀들은 그 귀여운 뿌리를 우리들이 다져놓은 고운 흙 속에 집어넣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참으로 귀여워 나는 한참을 내려다 보았다.




 시간이 지난 어느 날.. 태풍과 폭우로 우리의 땅은 얕게 잠기게 되었다. 
시끄러운 태풍이 지나고 다시 맑아진 하늘 아래에서 눈을 떠보니 우리들 아래에는 작고 꿈틀거리는 미물들이 헤엄치고 있었다.
아주 오래전 바다에서 만난 적 있는 것들의 후손이었다.
태풍에 휩쓸려 이곳까지 온 모양이다. 얕아진 물에 당황한 녀석들은 살기 위해 열심히 뻐끔거렸다.
물은 점점 말라갔는데, 다행히 다 마르지는 않고 낮은 지점에서 고인 채 있게 되었다. 

 태풍은 매년 왔다. 홍수도 잊을만 하면 생겼다.
그때마다 미물들도 휩쓸려왔고, 작게 고여있던 웅덩이는 여러개가 생겼다. 심지어 어느 곳에는 많은 물이 고인채 마르지 않았다. 미물들은 점점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시작했는데, 그 속도는 우리가 대지 위에서 변화를 거듭하던 속도보다 훨씬 빨랐다.
무서운 속도로 변화를 거듭하던 녀석들은 아예 대지 위로 올라오기까지 했다.

 그리고 녀석들 중 일부는 우리를 먹기 시작했다.
마구마구 먹어치우며 우리를 죽였다. 우리는 움직이지 못하고 그들은 움직일 수 있으니, 우리는 가만 선 채로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귀여운 풀들도 그들에게는 먹이에 불과했다. 
 겨울이면 떨어질 잎. 까짓거 몇 잎은 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너무나도 먹어댔다. 
그 정도가 너무 지나쳐 우리의 생명을 위협할 정도가 되었고, 우리는 그들을 원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느 여름 날, 뜨거운 태양아래 모든 동물들이 힘들어하고 있을 때, 우리는 태양의 에너지를 만끽하며 행복해 하고 있었다.
움직이지 못하는 우리가 유일하게 저들보다 나은점을 발견한것 같았다.
더워 고통스러워 하는 그들을 보며 왠지모를 통쾌함도 느껴졌다.

그러나 곧 우리는 그들을 불쌍히 여겨 우리의 그늘 아래로 오라고 손짓했다.
동물들은 슬금슬금 우리들 아래 모여 태양의 열기를 피했다.
비록 우리를 뜯어먹는 미운놈들이지만 어린것들까지 더워서 힘들어 하는 것은 볼 수 없었던 것이다.
그들도 결국은 살기 위해 그러는 것이다.

이 황량했던 대지 위... 
비록 지금은 우리의 개척 활동으로 많이 달라졌지만, 아직도 이곳에는 황량하고 거칠던 대지의 본성이 남아있다.
동물들이 아무리 빠른 속도로 변화하여 육지 위로 올라왔다 하더라도 아직까지는 이 거친 땅 위에서 홀로 설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처럼 태양열 아래서 강하게 버티고 거친 땅을 개척해 곱고 기름지게 만드는 능력이 없는 저들은, 우리의 몸에서 나오는 부드럽고 촉촉한 잎과 그 그늘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는 오랜 회의끝에 저들에게 우리 몸의 일부를 내주며 함께 살아보기로 하고 방법을 강구했다.
우리는 일단 저들이 먹을 식량을 위해 달고 맛있는 열매를 만들어 줬다. 저들에게 열매를 먹여 배부르게 하면, 그만큼 우리의 잎을 뜯어먹는 일이 줄어들 것이다.
또한 그 열매 안에 우리의 씨앗을 숨겨두면, 훗날 저들의 영양 많은 똥과 함께 먼 거리의 땅 위에 심어질 것이고, 그렇게 우리는 우리에게는 없는 저들의 다리를 빌려 멀리까지 확장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생각해낸 공생 시스템이었다.

그 뒤 오랜 시간 동안 우리는 이 공생시스템 속에서 역사를 펼치게 되었다.
수많은 역경들로 때로는 메마르고 때로는 얼어붙었지만 우리는 함께 공생체제를 이루어 이 세계에서 생존해 갔다.



1